책상 위에 쏟아진 물
유리병에 식물 한뿌리를 꽂아두었는데
그냥 두었을면 좋았을 것을 굳이 꺼내보다 물을 쏟았다고 했다.
펼쳐놓은 문제집과 스터디 플래너가 젖었다며 울먹이는 목소리.
남편이 수건으로 응급처치를 해줬고
아침을 맞이했다.
다림질로 펴주기
젖은 흔적이 있는 문제집이라니...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는 그런 문제집이 싫었다.
아이는 상관없다고했지만
꾹꾹 눌러 다림질해줬다.
뒤 이어 스터디플래너도 다림질해줬다.
문제집보다 더 많이 젖어서 한 장 한장 펼치며 다림질하는 일이 힘들었다.
스프링 안쪽은 다림질할 수 없으니
넘길 때마다 찢어졌다.
그래도 다림질했다.
너의 기록이 남았으면 해
스터디플래너쯤이야 버리고 다시 구매해도 괜찮겠지만
아이의 기록이 빈 페이지를 남긴 채 버려지는 게 싫었다.
그리고
물건을 아껴 사용하길 바랐다.
다림질 후 아이에게 건네며
나의 이런 생각을 전했다.
나의 생각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스터디플래너를 다시 사 왔다.
다림질 한 플래너는 낱장으로 사용할 거라는 말을 덧붙이며...
나의 생각이 아이의 생각과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많이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이 전해질 것이고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젖어들어갈 것이다.
그렇기에
잘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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